S 경로당은 연구자가 예비 연구를 위해 찾았던 여타 경로당에 비해 밝은 분위기였으며, 교육과 행사를 구분하여 배우고 즐길 줄 아는 훈련된 분들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하고는 다르게 출석하는 동료들끼리 서먹한 관계들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본인의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한 관계들은 아니라고 했으며, 어떤 이는 하루 종일 있어도 아무 말 없이 왔다가 돌아가는 동료들도 있다고 하였다.

 예전의 노인은 자신의 일차적이고 전반적인 지원을 가족 중심으로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노인 스스로도 주변의 새로운 비 혈연관계망을 중심으로 노년을 보내고자 하는 경우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이지현·한경혜, 2012). 특히 연령의 유사성을 지닌 노년기 친구들은 공통의 가치, 흥미, 경험 등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으며, 공유된 코호트(cohort)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감이 형성되며, 생애 과정상 같은 단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인들이 지역 경로당을 이용한다는 것은 가족이외에 또 다른 동년배 동료들과의 관계망 형성을 통해 심리적·정신적 안녕을 추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이다(박경숙, 2000). 따라서 경로당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노인여가 프로그램의 활동형태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개인의 건강만을 위한 목적이라면 경로당이 아니어도 충분히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곳 경로당은 토, 일을 제외하고 주 5회에 걸쳐 다양한 노인여가 프로그램 강사들이 파견 나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 연유라서 그런지 항상 밝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도출된 의미 단위를 보면 동료들과 많이 친해지는 계기가 됨’, ‘경로당에 자주 오게 됨’, ‘우리 스스로도 팀을 만들고 기다림’, ‘내 짝()이 없으면 찾게 됨’, ‘스킨십은 친교 활동에 도움이 됨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동료들이 경로당에 출석했는지 그다지 많은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참여를 통해 전화도 하게 됐고 빨리 출석하라고 재촉하기도 하였다고 하였다. ’경로당에 자주 오게 됨우리 스스로도 팀을 만들고 기다림에서 알 수 있듯이 동료들 간의 친교가 형성되고 관계가 원활해졌음을 의미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서로 스킨십을 통해 가까워졌다는 대답을 많이 하였다. 예상하건데 이 의미단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동안에 노인여가 프로그램이 동료들과 몸을 맞대거나,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은 없었거나, 많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A 예쁜이)

 원래 저이가(상대가 알지 못하게 손짓하며)경로당에 오면 자기 혼자서만 있다가 가고 그랬는데, 이거 같이 하고서는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아. 말도 많이 하고, 알고 보니 저이가 원래 저런 성격일 수밖에 없었더라고, 나도 안 친했는데 많이 친해졌지. 내 옆에 와서 앉기도 하고 말도 걸어요(웃음). 얼마나 좋아! 참나. 나도 그래서 다른 사람들하고 많이 친해져서 좋아!

<그림 23> 현장 메모(특정 동료와의 관계)

(B 여사)

 간혹 빠지기도 하는데 선생님하고의 약속도 있고 동료들과 함께 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경로당에 계속 올 것 같아요. 빠지지 않고. 끝나면 안 오시죠. 계속 오셨으면 합니다.

(E 막내)

 혼자서 할 수 있나 못하지. 예전에도 많이 했는데 선생님이 항상 시작하기 전에 안마, 두두르기 그런 거 하잖아. 집에 아무도 없는데 여기나 와야 안마라도 받지. 피로도 풀리고 좋지. 서로 만지고 그러면 정 들어. 내가 막내라 가끔 해주기는 하는데, 우리도 정든다니까. 그리고 스킨십을 하면서도 많이 친해졌어.

(C 여군)

 내가 예전에 선생님이 하시는 것을 계속 봤거든, 그래서 어떻게 하는지 대충은 알거든 그래서 오실시간이 되면 우리 스스로가 팀 편성도 하고 하던 일도 마무리하고 준비하지. 선생님도 편하고 그래도 간혹 선생님이 팀을 바꾸더라고, 나는 선생님이 왜 팀을 바꾸는지 알지. 그럼요 나도 예전에는 선생님과 같은 일을 아니더라고 대충 알지요.

(D 청일점)

습관이 돼서 시간이 되면 나도 모르게 그 양반을 찾아요. 동료들! 혹시 경로당에 빠지지는 않았나! 간혹 아파서 못 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거든, 출발할 때 궁금하기도 하고, 왜냐면 나이가 들면 수시로 병원에 가거든 그이도 나를 찾더라고, 항상 옆에 앉고 많이 친해. 이젠 짝궁이지(웃음).

<그림 24> 연구 현장(실버오델로 2차, 9회) 2018. 08. 09

 

전남희(2018) " 노인 대상 치매예방 놀이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을 위한 사례 연구". 경기대학교 박사학위논문

한국여가문화 전인교육센터-부설 노인재활놀이연구소 02-2631-6513, 전남희 010-3355-8272

 노년기의 주된 과업은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며 과거의 삶에 대해서 평가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를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만족스러운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고, 공허함으로 결론짓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김규수, 2002). 노년기의 여러 가지 변화와 스트레스는 무기력감을 학습해 성격체계를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도록 함으로 장신장애 중 특히 우울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김정애·이은희, 2012). 결국 우울증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은 삶에 대한 즐거움과 흥미를 상실하게 만들고 더 큰 문제를 초래하게 한다(김문영, 2003). 그러기에 노인들에게 삶의 활기를 주고 정신건강에 유익한 프로그램은 노년기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즐거움과 흥미를 제공한다는 것은, 웃음을 동반하게 되는 데 웃음은 억지로 웃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을 강화하고 운동한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신일석, 2010). 또한 웃음은 감염효과가 있어 동료들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전달하게 돼, 함께 하는 동료들의 생각과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은 노인의 능동적인 사회참여를 수행하게 함으로서 개인적 가치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여 노년기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보고하고 있다(신영일·김영희, 2013).

 여기서 도출된 의미 단위를 보면 개인 약속도 변경하고 참석하게 됨’, ‘프로그램 시간이 기다려짐’, ‘웃을 수 있는 시간’, ‘싸울 일이 없음으로 도출되었다.

 ‘개인 약속도 변경하고 참석하게 됨은 치매예방 놀이가 나에게 미칠 영향은 보류하더라도 치매예방이라는 관심 있는 목적과 여기에 재미적인 요소로 인해 무조건 참석한다는 의미라고 하였다. ‘프로그램 시간이 기다려짐웃을 수 있는 시간을 진술한 연구 참여자는 치매예방 놀이의 본래 의도인 치매예방의 효과하고는 무관하더라도 즐겁게 웃을 수 있어서 좋다는 의미였다.

 아래 B 여사의 경우 본인 스스로가 약간은 까칠한 성격이기도 했는데, 프로그램 경험을 통해 동료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이 생겨 간혹 불편한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바로 풀리기도 한다고 하였다. 그러다보니 화낼 일도 싸울 일도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A 예쁜이)

 나도 바쁜 사람인데 선생님 오시는 날에는 절대로 빠지지 않지. 실수로 약속을 했으면 바꿔서라도 꼭 참석하고 해요. 그리고 이 양반들이 내가 안 오면 날 찾아요. 예전에도 그랬다니까. 선생님이 연구하기 전에 몇 번 참석했을 때도... 그래서 꼭 와야 해. 그러니까 선생님도 빠지면 안 돼지. 저번에 내 약속도 어기고 참석하려고 왔는데 선생님 안 온다고 해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내가 잘못 알았지만(웃음) 늙으면 다 그래. 아니 화는 아니더라도 서운하지. 미리 얘기가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빠지는 일 없도록 해주세요(웃음).

(B 여사)

 분위기 좋아졌지. 삐졌다가도 실수하는 거 보면 웃겨서 금방 화해하고 잘하면 이쁘고(웃음) 싸울 일이 없지...

(D 청일점)

 나도 프로그램 시간이 되면 기다리지. 선생님 드리려고 먹을 거(자양강장제) 준비하고 재밌더라고 처음에는 여자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지. 괜히 한다고 했나. 생각했는데 이젠 재미도 있고 나도 프로그램 한다고 하면 전날부터 기다려지기는 해. 예전보다 분위기는 더 좋아진 것 같아.

(E 막내)

 이 시간이나 돼야 웃지. 아니 다른 시간에도 즐겁게 하는데 이 시간이 제일 재밌기는 해. 분위기도 좋아졌어요. 많은 사람들끼리 친해질 수 있어서 그래서 좋아요. 웃는 것은 좋지 뭐!

 

전남희(2018) " 노인 대상 치매예방 놀이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을 위한 사례 연구". 경기대학교 박사학위논문

한국여가문화 전인교육센터-부설 노인재활놀이연구소 02-2631-6513, 전남희 010-3355-8272

+ Recent posts